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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쓰임

아름다운 건축과 장소스타투아리오 실내 적용 사례 — 사라진 뉴욕 빌딩이 남긴 흰 대리석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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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람은 장신구가 필요없습니다.
멋진 돌도 그렇습니다.

 

멋진 사람은 장신구가 필요 없습니다. 멋진 돌도 그렇습니다.

2018년 늦은 가을, 뉴욕 맨해튼의 건축물들을 정탐하듯 보고 왔습니다.

파크 애비뉴(Park Avenue) 중심부에 우뚝 서 있던 제이피모건체이스 본사 빌딩. 직원들이 퇴근하고 인적이 없는 저녁 시간이었는데, 지나다가 멈추어 서서 한참을 멍하게 쳐다보았습니다. 돌을 사용한 너무 멋진 건축물이라 시선이 끌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얀 돌은 차갑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그 고정관념이 일순간에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천장의 등 박스 안에서 나오는 조명과 하나가 되어, 너무나도 간결하면서 세련된 실내 분위기가 연출되어 있었습니다.

멋진 사람들이 아무 장신구나 요란한 옷이 필요 없어도 스스로 빛나듯이, 재료 자체가 가지는 힘이 실내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재료의 멋이 그대로 보여지는 것이 — 아주 멋진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2018년 뉴욕 파크 애비뉴 스타투리오 대리석 벽면이 조명과 하나되어 빛나던 순간 (직접촬영)

그 벽의 이름은 스타투아리오

그날 밤 저를 붙잡아 세운 흰 대리석의 이름은 스타투아리오(Statuario)입니다. 이탈리아 카라라(Carrara) 지역에서 채석되는 세계 최고급 천연 대리석으로, 순백의 바탕 위에 굵고 대담한 회색 베인 (vein, 결)이 흐르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름부터가 힌트입니다. Statuario는 '조각상의'라는 뜻입니다. 미켈란젤로가 다비드상을 깎은 돌이 바로 이 스타투아리오 원석이었습니다. 그는 완벽한 원석 한 덩어리를 찾기 위해 카라라의 채석장에 몇 달씩 머물렀다고 전해집니다. 카라라의 채석 역사는 로마 시대까지 2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긴 세월 동안에도 스타투아리오는 카라라 전체 채석량의 5% 남짓밖에 나오지 않는 귀한 돌입니다.

흰 대리석을 고르실 때 자주 만나는 세 이름이 있습니다. 비앙코 카라라, 칼라카타, 그리고 스타투아리오. 같은 카라라 산맥에서 나는 자매들입니다. 비앙코 카라라가 잔잔한 회색 결이 고르게 퍼진 단정한 일상복이라면, 칼라카타는 금빛이 도는 화려한 베인의 정장, 스타투아리오는 가장 희고 깊은 바탕에 수묵화의 붓질 같은 굵은 결이 흐르는 — 말하자면 집안의 맏언니입니다. 지난번 비앙코 카라라 세면대 글에서 소개했던 그 가족 이야기의 연장입니다.

동양화를 그리는 사람의 눈에는, 스타투아리오의 베인 (vein)이 꼭 화선지 위에 먹이 번진 흔적처럼 보입니다. 사람이 그린 것이 아니라 산이 수백만 년에 걸쳐 그린 한 획. 그 한 획이 같은 무늬로는 세상에 두 장 존재하지 않습니다.

 

 

빌딩은 사라져도,
돌이 남긴 감동은 철거되지 않습니다.

 

사라진 빌딩, 남은 기억

그런데 이 글을 다시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날 밤 저를 멈춰 세웠던 그 빌딩이, 이제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1960년에 완공된 그 빌딩(구 유니언 카바이드 빌딩, 52층)은 2019년부터 2021년에 걸쳐 철거되었습니다. 소유주가 스스로 허문 건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기록을 남기면서요. 그리고 2025년 가을, 같은 자리에 새 본사가 들어섰습니다.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가 설계한 60층, 423미터의 신사옥 — 화석연료 없이 전기로만 운영되는 북미 최대의 넷제로 빌딩입니다. 건물 전체를 부챗살 모양의 기둥들이 떠받치고 있어, 그 육중한 높이가 길 위에 사뿐히 떠 있는 듯 보입니다.

2025년 가을 완공된 뉴욕 270 파크 애비뉴 JP모건체이스 신사옥 부챗살 기둥이 60층, 423m의 무게를 떠받친다 (사진: Nigel Young, courtesy of Foster + Partners / JPMorganChase 뉴스룸 제공)


60여 년을 산 빌딩이 사라지는 동안, 그 로비의 스타투아리오가 품고 있던 시간은 수백만 년이었습니다. 돌의 시간 앞에서 건축의 시간은 짧습니다. 그래서 좋은 돌을 고르는 일은 유행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건물보다 오래갈 아름다움을 고르는 일이라고 저희는 믿습니다.

다시, 저녁의 파크 애비뉴

새 빌딩의 저녁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푸른 어둠이 내린 파크 애비뉴, 청동빛 기둥 사이로 새어 나오는 따뜻한 불빛. 2018년 그날 저녁, 흰 대리석 로비 앞에 서 있던 제 모습이 그 위로 겹쳐 보였습니다. 같은 자리, 같은 시간대, 다른 건물 — 그리고 여전히 사람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힘.

푸른 저녁의 파크 애비뉴와 불 밝힌 신사옥 2018년 그날의 저녁과 겹쳐 보이는 풍경 (사진: Nigel Young, courtesy of Foster + Partners / JPMorganChase 뉴스룸 제공)

다음에 뉴욕에 가면 이 빌딩 앞에 다시 한참 서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재료가 저를 멈춰 세울지 궁금합니다.


마치며

 

1978년부터 돌을 만져 온 저희에게 그날 뉴욕의 저녁은, 좋은 재료는 스스로 빛난다는 오랜 믿음을 다시 확인시켜 준 시간이었습니다. 흰 대리석이 차가울 거라는 생각, 화려해야 고급스러울 거라는 생각 — 좋은 돌 한 장이면 그런 고정관념은 조용히 무너집니다.

자연이 빚은 아름다움은, 시간이 증명합니다.

오늘도 돌 앞에서 감탄합니다!

👉 스타투아리오, 비앙코 카라라 등 흰 대리석이 궁금하시면 편하게 댓글로 남겨주세요. 상암석재가 공간에 맞는 돌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


상암석재

천연석 생산 및 시공 전문가

문의: 031-376-5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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